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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Pan’s Labyrinth, El Laberinto del Fauno, 2006)" 리뷰

이 글은 이전 블로그에서 작성한 내용을 옮겨오면서 내용을 추가/수정한 글입니다.

영화 정보

  • 제작 연도: 2006
  • 국가: 스페인, 메시코, 미국
  • 장르: 판타지, 스릴러
  • 상영시간: 118분

감독/출연 정보

  •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피노키오, 블레이드 2, 헬보이)

  • 오필리아: 이바나 바쿠에로
  • 판: 더그 존스

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1944년 스페인입니다.
내전이 끝난 후, 승리한 군에 대항하는 게릴라군이 산속에 숨어있습니다.

오필리아의 엄마는 게릴라 소탕을 위해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대위의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그리고 출산을 위해 대위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고 만삭의 엄마를 따라가야만 했던 소녀 "오필리아"의 모험 이야기입니다.

판의 미로 포스터

🛑 경고 : 스포일러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의식의 흐름대로 정리한 감상입니다. 스포일러가 어디에 있을지 모르니, 작품을 보지 않았거나, 결론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여기서 멈춰주세요.

감상

판타지

저에게 판타지는 , 동화적인 상상력과 아름답고 신비하며 따뜻한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 판타지 영화가 한창일 때 판타지 영화 호황기에 편승하는 영화 중 하나로만 생각하고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족/드라마/애니메이션/판타지와 같이 따뜻한 영화 장르를 좋아하기에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처음 본 것은 아니고, 2020년 즘 처음 접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기대한 판타지 요소는 전혀 없었지만, 왜 판타지가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가족 영화 아님

동화라고 하면 잔혹 동화에 가깝고, 어둡고 음습하며, 잔인한 장면이 많고 공포스럽습니다. 여러 번 보기에 정신적인 소모도 큽니다.

절대 가족영화는 아닙니다.

어린 아이와 영화 감상을 생각하고 있다면, 먼저 한번 보신 후 판단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개봉 당시 판타지 가족 영화로 선전했고, 가족 단위로 관람하다가 어린이들이 울면서 나갔다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동화가 필요한 오필리아

아주 먼 옛날 거짓도 고통도 없는 지하 왕국이 있었다.
그곳에 인간 세상을 동경하는 공주가 살았고 푸른 하늘, 산들바람과 따뜻한 햇볕을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는 시중을 따돌리고 지상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지상으로 나오자 눈부신 햇살에 눈이 멀고 모든 기억을 잃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추위와 질병의 고통 속에서 결국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공주의 아버지인 왕은 다른 모습으로라도 언젠가는 공주가 돌아오리라 믿고 있었다.

왕은 죽는 날까지 공주를 기다릴 것이다. 세상이 끝난다 해도...

전쟁으로 오필리아의 아버지는 사망하고, 내전으로 나라는 황폐한 상태입니다.

새 아버지는 어머니를 아들을 낳는 출산의 도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고, 규율과 체면에만 집착합니다. 새아버지가 있는 깊은 산속으로 가서 몸이 약한 만삭의 어머니와 함께 생활해야만 하는 '오필리아'에게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기만의 동화가 필요합니다.

그런 그녀의 상상속 요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운 요정이 아닙니다.

곤충? 대벌레? 의 모습을 한 생명체를 요정이라고 부르며 그 생명체가 요정에 가깝게 변신해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요정의 아름다움은 없습니다.

상상력마저도 너무나도 어두운 현실에 바탕을 두기에 아름다운 요정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일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옛날 옛적 슬픔에 잠긴 머나먼 나라에 검은 돌로 된 커다란 산이 있었어.

해가 지면 산 꼭대기에는 영원한 삶을 약속한 마법의 장미꽃이 폈지.
하지만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었어. 그 장미 가시에는 독이 많았거든.

사람들은 고통과 죽음만 이야기하고 영원한 삶에 대한 약속은 잊고 살았지.

결국 장미는 누구에게도 영원한 삶을 주지 못하고 차가운 산 꼭대기에서 모두에게 잊히고 사라졌어. 홀로 영원히.

판(Pan)

오필리아에게 지하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3가지 임무를 주는 역할인 "판(Pan)". 왜, "판"을 그 역할로 썼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 공포혼란을 주는 신:
    현실의 공포, 상상력(혼란)으로 극복하는 현실

  • 인간의 모습과 짐승(염소)의 모습을 한 신:
    인간의 모습으로 현실을 살아가지만, 지하세계의 공주로 돌아갈 오필리아

하녀, 메르세데스

군 내부에서 일하며, 게릴라 군을 돕고 있는 역할로 영화를 보는 내내 발각될까 조마조마하게 된 인물입니다.

너무나 약하고 순응적인, 파시즘의 계승(대위의 아기)을 가능하게 하는 오필리아의 엄마와 대비되고, 오필리아에게 정신적으로 의지되는 엄마 같은 인물입니다.

눈알 괴물

눈알 괴물

판의 미로에서 가장 충격적이며 강렬한 장면은 눈알 괴물(?)입니다.

얼굴에는 눈이 뽑혀있고, 뽑혀 있던 눈을 손에 꽂은 채로 눈을 떠 요정의 머리를 뜯어먹고, 피를 묻힌채 기괴한 걸음걸이로 오필리아를 쫓는 장면. 잡아 먹힌 어린아이들의 신발 무더기.

너무 충격적이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캐릭터입니다.

괴물에게 가는 임무를 주면서 판은 거기에 있는 음식을 먹거나 마시면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필리아가 간 그곳에는 탐스럽게 보이는 과일 등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습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현실 속 탐스러운 음식들, 하지만 먹으면 안 되는 제한.

영화 속 배경은 내전에서 승리한 파시즘 군 vs 게릴라군, 그런 현실에 놓인 오필리아입니다.

승기를 잡고, 배급 음식 등 환경이 조금 더 나아 보이는 파시즘 군(편해보이는 메세지)에 현혹되지 말라는 의미로 저는 해석되었습니다.

대위의 아이를 임신한 오필리아의 엄마는 조금 더 나아 보이는 현실에 현혹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대위의 시계

대위의 아버지가 전장에서 숨을 거두기 전, 훗날 아들이 자랑스러워하도록 자신이 죽은 시간을 알리게 할 의도로 대위에게 전해진 시계입니다. 그리고 그 시계를 대위는 잘 닦고 관리합니다.

그리고, 대위가 게릴라들에게 죽음을 맞이하기 전 "아들에게 아버지가 죽은 시간을 전해주게."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가 "안돼, 이 아이는 당신 이름도 모르고 자랄거야" 라고 답하죠.

새로운 세대에게 파시즘을 이어나가게 하고 싶은 쪽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의미로 해석되었습니다.

다만, 왜 대위가 사람들과의 식사때 "아버지는 시계를 갖고 있지 않았다"라고 부인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보니, 대위의 아버지는 파시즘을 계승시킨 것이 아닌 다른 의미의 전쟁을 했고, 대위는 그것이 자랑스럽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에 대위의 아들에게 죽은 시간이 전해졌다고 해도 그 아들이 자랑스러워했을지 미지수가 되겠네요.

풀리지 않는 의문 중 하나는 대위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목을 긋는 행위는 뭐였을까요?

순수한 피

오필리아의 순수한 피로 지하 왕국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것.

이는 전쟁에는 수많은 희생이 따르고 그 희생이 아기의 피가 아닌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는 이 이념 전쟁을 물려줄 수 없다는 의미로 생각했습니다.

분필 문

오필리아가 머물던 방에 분필 문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그 문이 눈알 괴물에게 가기 위해 그린 문으로 생각하고, 오필리아의 상상임을 보여주는 장면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문이 새 아버지(대위)의 철저한 감시하에 갇혀있던 곳임을 생각하면 오필리아가 그 감시하에 어떻게 밖으로 나왔는지를 설명하는, 오필리아의 상상이 현실임을 암시하는 장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무리

그렇게 공주는 지하 왕국으로 돌아갔고
정의와 온화함으로 평화롭게 왕국을 다스리니 온 백성이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지상에 남긴 작은 흔적들은 소중한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한다.

그녀가 지상에 남긴 작은 흔적들이 보이시나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창작 노트, 중앙북스, 기예르모 델 토로, 마크 스콧 지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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